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가 손을 얹고 있는 캐릭터는 당근마켓을 상징하는 ‘당근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역 근처 당근마켓 사무실.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회사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당근이’ 옆에 선 김용현(42) 당근마켓 대표는 입가에는 엷은 웃음을 지었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당근마켓은 올 상반기 쇼핑 앱 2위, 중고거래 앱 1위 자리에 오르며 대세로 자리 잡았고, 성공을 조명하는 기사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달리는 기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며 일한다”는, 가파른 성장세를 체감하며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김 대표는 직접 커피를 내리며 격의 없이 손님을 맞이했다. 다른 회사였다면 직원들이 안내할 만한 일들도 직접 챙겼다. 그동안 직원들은 창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고 소파에 누워서 쉬었다. 대표 직함이 적힌 명함을 건네받지 않았다면 김 대표가 대표인지 알기 힘들었을 정도다. 김 대표는 “회사가 성장한 뒤에도 창업 초기의 반짝반짝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성장한 규모에 걸맞은 회사다운 모습도 갖추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했던 2시간 남짓 동안 그가 보여준 표정과 행동에서, 이 생각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묻어나는 듯했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 직접 커피를 뽑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속가능한 창의성’을 찾는 당근마켓에게 ‘절대 불변의 원칙’은 없다 당근마켓은 올 상반기에 크게 성장했다. 1월에 480만명이었던 월간 이용자수(MAU)는 6월 말 90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모바일이 낯선 50~60대도 필요 없는 물건을 보면 당근마켓을 떠올릴 정도로 그 인기는 수치로도, 분위기로도 입증된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폭풍 성장’ 배경을 코로나19와 연관 지어 설명했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면서 오히려 팔아야 할 물건을 발견한 것 같아요. 마스크 보급이 잘된 점도 대면 거래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모임을 자제하는 와중에도 1대1 만남은 크게 꺼리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고,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는 시간이 1분이 채 안 걸리다 보니 직거래에 거부감이 적었던 것 같아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당근마켓 직원들이 현재 감당하는 업무 강도는 “달리는 기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수준”이라고 한다. “서비스가 커지고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 맞는 책임 있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결국 사람이 필요하더라고요. 수시로 발생하는 운영 이슈에 대응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24시간 서비스가 돌아가는 가운데 늘어난 트래픽에 맞는 새로운 코딩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해졌죠.” 직원 수가 70여 명인 당근마켓은 올 연말까지 현재 사무실이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 100명까지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김 대표는 업무의 대부분을 인재 채용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사람을 뽑으면서 스스로 세웠던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회사가 성장할수록 절대 불변의 원칙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제가 기획자 출신이면서도 저는 기획자는 뽑지 말자고 했어요. 모바일에서는 실제로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기획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회사가 커지니 서로의 소통을 도와줄 사람도 필요해지더라고요. 제가 생각을 바꾸고 프로젝트매니저(기획자)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채용 업무를 하면서 절대 불변의 원칙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다른 업무에서 기존에 세웠던 기준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런 유연성 덕분에 직장인에서 지역 주민으로, 판교에서 전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고 지난해 영국 진출 이후에도 스스로 만든 틀을 깨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었다. 이것은 김 대표 스스로 유연성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해외유통 사업가 꿈꾸던 삼성물산 상사맨, IT 기획자로 변신하다 김 대표의 어릴 적 꿈은 사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우그룹 종합상사를 다녔던 ‘상사맨’ 아버지를 보면서 유통사업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2003년 삼성물산 상사부문에 입사한 뒤 현실을 깨달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무역업이 힘들어졌어요. 제조업자가 직접 물건을 판매하니 상사맨의 역할이 줄어들겠다 싶었죠.” 해외 유통사업은 안되겠구나 깨달았던 그때,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새로운 세계는 정보기술(IT) 분야였다. “2006~2007년 당시 싸이월드가 핫했어요. 도토리가 하루에 1억씩 팔린다는 얘길 듣고 아이티 회사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네이버에 다니던 친구에게 묻고 물어서, 2007년에 기획자로 입사했어요.” 왜 기획자가 되고 싶었냐고 묻자 그는 삼성물산 신입사원 연수 때 일화를 꺼냈다. “연수 막바지에 신입사원 100명이 함께 연극을 준비했는데 제가 연출을 했습니다. 내가 기획한 동선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경제학과를 졸업했지만 대학도 원래 건축학과를 희망했어요. 무언가를 기획하고 설계하는데 관심이 많았던 거죠. 아이티 서비스 기획도 비슷해요. 내가 의도한 대로 사용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김 대표가 경력을 쌓았던 ‘기획자’는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아이티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다. 프로젝트 매니저(PM)나 오퍼레이터(PO)라고도 불린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만들 서비스를 구상해서 스케치를 넘기는 일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한국도 디자이너가 서비스 스케치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은 기획자들이 맡는 분위기라고 한다. 아이티 회사 안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소통을 돕는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있는데, 이는 미국과 한국이 비슷하다. 네이버로 옮기고선 곧바로 기획 업무를 맡지는 못했다. 아이티 회사 경험이 없어서였다. 처음엔 기획총괄 임원을 보좌하는 스태프 조직에 들어갔다. “이때의 경험이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됐어요.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 기획 부서에서 올리는 보고서를 다 봤거든요. 기획서는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써야 통과되는지, 기획자란 무엇인지를 배웠죠.” 이후 3년간 ‘지식인’ 팀에서 기획자로서 기반을 쌓고 2011년 네이버를 퇴사했다. “2010년 말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한국도 모바일 시대가 열렸는데, 네이버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을 대비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네이버의 강점인 피시(PC) 서비스에 집중하자는 기조였죠. 제 눈엔 모바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 같았는데, 네이버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 직장인 카카오에 가서는 카카오톡 수익모델을 기획했다. 당시 카톡은 사용자는 많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없던 상황이라 수익화가 과제였다. 이용자들이 브랜드와 친구를 맺어서 쿠폰 등을 받아볼 수 있는 ‘플러스친구’를 김 대표가 만들었다. 그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추진했던 로컬 서비스 태스크포스(TF)에 지원했다. “모바일 지역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김 의장의 취지에 설득됐어요. 그런데 사내에서 저 말고는 아무도 지원을 안 했죠. 당시 카카오가 인수했던 스타트업 씽크리얼즈(쇼핑정보 앱 ‘쿠폰모아’ 운영)의 개발자들을 붙여주면서 팀이 꾸려졌습니다.” 맛집 정보 서비스 ‘카카오플레이스’는 성과가 나지 않아서 10개월 만에 태스크포스가 해체됐지만, 이 경험은 김 대표가 당근마켓을 창업하는 바탕이 됐다. 공동 창업자도 만날 수 있었다. 씽크리얼즈는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창업해 2012년 카카오에 매각한 회사였다. 2015년 1월, 네이버를 퇴사할 때와 비슷한 이유로 카카오를 나왔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되는 모습을 보면서 ‘카카오도 이제 덩치가 커졌구나’ 싶었습니다. 좀 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고 ‘카카오도 다닐 만큼 다녔다’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었어요.”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카카오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경험을 발판으로 태어난 판교장터 카카오를 퇴사한 그해 여름, 당근마켓의 전신인 ‘판교장터’를 만들었다. 카카오 사내 게시판을 보고 발전시킨 ‘중고 직거래’ 플랫폼이었다. “사람들이 이 게시판에 매일 수시로 들어가서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사기 걱정 없이 좋은 물건을 편하고 싸게 거래했죠. 카카오 직원들의 ‘쿨매’(쿨한 거래)를 1천개 넘는 판교 테크노밸리 아이티 회사 직원들도 같이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업자가 되어달라고 김재현 공동대표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카카오플레이스 태스크포스에서 함께 일했던 그가 ‘좋은 개발자’였기 때문이었다. “기획자로 일하면서 좋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기획도 잘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용자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아는, 사업 감각이 있는 개발자를 찾았는데 딱 김재현 대표였습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정창훈 당근마켓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일했던 개발자로, 김재현 대표와 네이버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합류했다. 지역 관련 서비스를 다뤘던 세 사람은 “대중에게 유용한 로컬 서비스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카카오플레이스는 왜 실패했을까?’ 복기도 해봤다. “당시 대부분 로컬 서비스는 맛집추천 앱이었어요. 카카오플레이스를 포함해 수많은 로컬 앱이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사용 빈도가 안 나오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첫 화면에 자리 잡고 매일 한 번은 켜보는 앱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맛집추천 앱은 필요할 때만 쓰고 목적을 달성하면 더 이상 머무르지 않았죠. 카카오 게시판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들락거렸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중고거래라면 무주공산인 로컬 서비스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판교장터는 카카오 사내 게시판과 비슷하게 작동하면서 반응이 좋았다. “판교 아이티 회사 직원들은 새로운 기기를 사서 써보다 되팔고, 중고 기기를 사는데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점심이나 퇴근 시간에 회사 근처에서 편하게 직거래했고, 어느 회사 사람인지 밝히니 비매너가 나올 확률도 낮았습니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직장인에서 지역 주민으로, 판교에서 전국으로 확장하며 당근마켓이 되다 판교장터가 전 국민 서비스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아기 엄마 3명이 찾아오면서”였다. 판교장터는 오픈 1~2달 이후부터 “서비스를 열어달라”는 판교 주민들의 문의를 받았다. 그러다 김 대표가 판교 아이티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둔 주부 3명과 만난 뒤, 판교장터는 대폭 바뀌었다. “중고거래는 아이 엄마들이 훨씬 많이 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지역 맘카페에 가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판교장터의 고객군인 ‘회사 이메일이 있는 사람들’은 100만명이 채 안 됐는데, 24세부터 45세까지 주부들로 타깃층을 바꾸니 예상 고객도 1천만명으로 나왔어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작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향을 틀었습니다. ‘당신 근처’의 앞글자를 딴 당근마켓으로 이름도 그때 바꿨죠.”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확장하면서 낯선 사람과 안전하게 거래하도록 하는 장치도 고민했다. 휴대폰 번호 인증과 이용자 상호 간의 ‘매너온도’ 평가가 답이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한국에서 휴대폰 번호는 실명과 직결되는 정보입니다. 휴대폰 번호로 인증하면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반경 4~6km의 동네 사람들과의 직거래니까 상호 평가도 유의미 할 것 같았습니다. 전국 거래는 같은 상대를 또 만날 일이 희박한데 당근마켓은 10명 중 1명은 다시 만나고 있거든요.” 당근마켓은 거래자가 약속을 1번 어기면 경고를, 2번부터는 3일에서 30일까지 이용정지를 시킨다. 한 번 이용정지가 되면 매너 온도가 크게 깎이다 보니 이용자들 스스로가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판교에서 전국으로 당근마켓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판교 옆 수지에선 잘됐지만, 수원·송파·광교에선 별로였어요. ‘당근마켓은 분당에서만 먹히는 서비스인가’ 고민이 컸죠. 부천은 잘 되는데 광주광역시에선 또 반응이 없고…. 왜 그럴까 들여다보니, 분당·수지·부천처럼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많고 젊은 엄마들이 많은 곳일수록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높았습니다. 반면 맘카페가 활발한 동네에선 잘 안됐어요. 동네 중고거래는 맘카페가 꽉 잡고 있으니까요. 맘카페가 ‘댓글을 100개 이상 달아야’, ‘한 달에 이틀만’ 등 까다로운 중고거래 조건을 만든 곳은 잠재되어 있던 수요가 당근마켓을 통해 터지기도 했습니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파트 전단지 붙이다 만든 ‘동네광고’ 상품…“대기업은 거절, 동네 사장님과 상생하고파” 2018년 1월 출시한 당근마켓의 첫 수익모델은 동네광고다. 판교장터 시절부터 당근마켓의 과제는 가까운 범위의 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동네에서는 광고를 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주일 동안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이는데 작은 단지는 6만원, 큰 단지는 20만원이었어요. 100만원 어치를 붙이면 200명이 앱을 깔았어요. 앱을 1번 다운받게 하는데 5천원이 든 셈인데, 보통 앱 광고는 단가를 1500원 정도로 계산합니다. 아파트 게시판 광고는 값은 비싼데 효율은 꽝이었던 거죠.” 당근마켓과 비슷한 범위를 두고 장사를 하는 동네 사장님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겠다고, 생각의 범위를 넓혔다. “병원, 식당 같은 동네 장사를 하는데 포털사이트 검색광고를 할 수도 없고, 전단지를 돌리거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건 반응이 없으니까요. 규모를 정확히 집계할 수는 없지만, 동네 사장님들이 효율적으로 홍보할 수단을 만들면 수조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 같았어요.” 당근마켓 지역광고 상품은 1천회 노출당 비용(4천∼5천원)이 페이스북(9900원)이나 인스타그램(5600원)보다 저렴하고 지역 사업자들만 광고주로 받는다. 전국단위 대기업 광고가 물밀듯 들어오고 있지만 모두 거절했다. “광고주와 소비자, 서로에게 진짜 의미 있는 광고여야 하니까요. 당근마켓을 쓰는 사람들은 100% 지역 주민이기 때문에, 정말로 동네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의 광고가 이용자에게도 유의미합니다. 그래서 동네 영업지점은 가능하지만, 전국단위의 대기업 광고는 모두 거절합니다. 앞으로도 몇억을 준대도 지역과 관계없는 광고는 모두 거절할 생각입니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좋은 회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김 대표는 요즘 “좋은 문화를 유지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이런 화두를 붙잡게 된 데에는 직원으로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들이 바탕이 됐다. “처음엔 반짝반짝해도 조직이 커지면 비효율이 발생하기 마련이죠. 이 비효율을 어떻게 깰지가 모든 아이티 회사의 큰 숙제이고요. 회사가 커져도 사용자를 만족시킬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 애플이나 테슬라는 천재 한 명이 ‘탑다운’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구글은 구성원들의 힘을 이용하고 있는데, 당근마켓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1년 전부터는 경영자로서의 업무를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그에게 다시 기획자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자 “회사가 너무 커져서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직원들이 이제는 제가 기획하면 무뎌진다고 말한다”면서 크게 웃기도 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회사를 만드는 좋은 경영자가 되고 싶다”는 그가 예시로 든 하나의 방향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자를 1순위에 두는 회사”였다. “회사가 커져도 이용자들은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끔,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직이 커지면 나와 내 조직의 안위부터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러면 이용자의 불편함은 아무도 해결하지 않는 상황이 오죠. 저는 안 그러고 싶어요. 규모가 커지더라도 사용자를 1순위에 두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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