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과 브라이언은 각자의 장점도 다르지만, 목표도 일하는 자세도 다르다. 시키는 일을 정말 잘하는 대기업형 인재인 애런은 항상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고, 회사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하는 인재인 브라이언은 회사에서의 경쟁은 그의 인생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어떤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고, 커리어에 비추어 현재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경쟁을 통해 생존하는 애런
대기업형 인재인 애런의 하루는 긴장감으로 시작된다. 회사에 나와 커피를 한 잔 하면, 하루를 또 치열하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다. 그는 늘 경쟁한다. 동료들과도 경쟁하고 다른 팀과도 경쟁한다. 회사는 건강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늘 만들어내고 있다.
경쟁은 회사 내 각 조직에서도 일어나지만, 팀 안에서도 일어난다.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모아놓았으니 에이스들 사이의 경쟁을 보는 것은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누군가가 먼저 기술을 이용해 치고 나가면, 다른 엔지니어들은 더 멋진 기술을 얹어 더 빨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누군가는 밤을 새워 프로젝트를 완성해서 아침에 멋지게 내놓아 모든 팀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최고 엔지니어들 간의 경쟁은 회사 전체의 속도를 한층 더 높여놓는다. 우리 팀은 기관차와 같고, 우리 엔지니어들은 엔진과 같다. 서로 보조를 맞추면서도 끊임없이 경쟁하여 속도를 높인다.
물론 이 팀에서도 누군가는 승진하고 누군가는 패배할 것이다. 그것이 경쟁의 원칙이자 묘미이다. 그러한 생존을 걸고 하는 경쟁이 없이 이러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쟁이 격화되다 보면 너무 무리해서 일을 하게 될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시키면, 이번 전투의 승자가 되어 나에게 주어질 보상을 생각하면, 지금 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공하면 회사에서 보내주는 몇 주간의 포상성 출장을 통해 휴가 일수도 안 쓰면서 멋진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돌아보고 보고서 몇 장만 쓰면 되는 일이다.
만약 실패해서 도태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것이 경쟁의 이면이다. 그러면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서서 다시 승진 경쟁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회사에서 잘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을 자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애런은 데드라인 내에 프로젝트를 끝내는 데에 최고의 귀재이다.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오차 없이 수행해낸다. 다른 팀의 누군가가 프로젝트에 대해 지적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면, 언제나 완벽한 논리로 그들의 문제 제기를 머쓱하게 만든다. 그의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완벽하다고 소문이 나 있고, 이것은 애런의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애런의 회사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승진이고, 가장 안 좋은 일은 해고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사 여탈권은 윗사람들이 쥐고 있다. 그가 생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은 윗사람이 좋아할 만한 가장 안전한 일을 하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이나 세상에 주는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만족할 만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애런은 경쟁의 위협 속에서 잘리지 않고 승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한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고, 근면 성실하게 완벽주의를 가지고 일한다. 그리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된 훈련이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계속하다 보면 실수가 잦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승진하고 시니어가 될수록 더 안전하고 익숙한 일을 선호하게 된다.
혁신을 통해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브라이언
브라이언의 목표는 회사 안에 있지 않다. 그는 개발자 커리어를 쌓아 몸값을 올리고 업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링크드인에는 벌써 많은 스타트업들이 하루에 두세 개씩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일일이 답을 해줬는데, 하루 두세 개의 메시지에 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브라이언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투자를 받는 데 실패했다는 기사라도 뜨는 날이면 하루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혹시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낚아채기 위해서 리쿠르터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브라이언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이런 메시지에 답을 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브라이언의 커리어에 지금의 회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앱을 만들었다는 경력을 더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스피커 등이 아니면 활용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각자 자신의 프로덕트와 미션을 이루는 데에만 집중한다. 페이스북은 친구들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에어비앤비는 세계 어디를 가도 자신의 집처럼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한다. 우버는 수돗물을 트는 것처럼 쉽게 교통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션에 집중한다. 즉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자기의 미션을 이루는 데 필요한 기술만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활용할 곳을 찾는 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몇 년 정도 지금의 회사에 있다가 그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잘 모르겠다. 구글에 가서 세계에서 제일 많은 데이터를 원 없이 활용하면서 인공지능을 구현해 보는 것이 다음 단계로는 괜찮은 행보일 것 같다. 그러고는 아마 다시 스타트업계로 돌아와서 세상을 바꾸는 어떤 프로젝트에 동참하지 않을까?
브라이언은 일을 잘리지 않기 위해 하지 않는다. 월급을 받기 위해, 또는 잘리지 않기 위해 서서 일하면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최소한으로 일을 하고 최대한으로 돈을 받는 것이 목표가 되기 마련이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성장을 위해 일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일하는 사람은 언젠가 떠나갈 확률도 크지만, 당연히 지금의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프로 축구선수가 일류 팀에서 뛰고 싶으면, 현재의 작은 팀에서 최선을 다해 에이스가 되는 것이 첫 단계인 것처럼, 지금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야 그것이 미래 커리어의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도 브라이언을 프로로 대한다. 회사도 브라이언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정당한 연봉을 주고 그의 기여를 활용해 회사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 회사가 그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서로 윈윈이라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된다.
회사가 위축되거나, 또는 회사가 브라이언의 성과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서 잘리게 되면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기회이자 시험이 될 것이다. 물론 운이 없어 취업이 안 되면 실리콘밸리를 떠날 생각도 하고 있다. 요즘은 텍사스의 어스틴이나 워싱턴주의 시애틀에도 테크 기업이 많이 생겨서, 실리콘밸리의 미친 듯한 집값을 피해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도시로 이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이언은 항상 소통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프로젝트가 그 미션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게 될까를 생각한다.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은 코딩하는 시간보다 짧긴 하지만 더 중요하다. 팀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코딩하는 시간의 가치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민을 신중하게 하지 않고 만든 코드는 나중에 고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코드를 일단 써놓으면 아까워서라도 변화에 수동적이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하루의 많은 부분을 소통으로 채운다. 항상 고민하고 대화한다. 그러한 소통을 통해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팀 전체의 코드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한다.
매일 아침에 하는 데일리 스크럼은 그 소통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엔지니어들은 코드를 쓰는 데에 집중하기에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그런데 매일 아침의 스크럼 미팅은 짧게 각자의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그것이 큰 그림을 어떻게 완성해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스크럼 미팅에서 토론의 여지가 생기면 관련된 사람들끼리 이후에 긴 토론을 시작하곤 하는데, 그러한 토론은 새로운 진화의 토대가 되곤 한다.
브라이언에게 생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이직이다. 이 회사의 경력을 바탕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더 좋은 회사에 가는 것이다. 그에게 생길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일은 업계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 안전하고 익숙한 일만 하다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에 취업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하고 배우며 성장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브라이언은 윗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내 전문성과 커리어를 쌓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윗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재미도 없고 배우는 것도 없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엄청난 희생이 된다. 몇 년 후 그의 커리어는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고, 더 이상 새로운 회사에서 그를 찾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의 회사에 갇혀버리게 될 것이다. 만약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정리해고라도 당하면 삶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윗사람의 말보다 업계의 흐름과 전문가로서의 업계 평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윗사람이 뭐라고 하든,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허황된 꿈을 좇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만약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좇으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지 않고 안주한다면, 몇 년 후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혁신을 통해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유호현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August 24, 2020 at 08:1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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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생존하기 위해 일하기 vs. 커리어를 위해 일하기 - 모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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