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현장
‘말하기 공부’에 빠진 직장인들
‘말하기 공부’에 빠진 직장인들
의사소통 알려주는 계발서 봇물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지도받기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회사어’
10년 전과 판이하게 다른 가이드 “무조건 긍정”→“거절은 분명하게”
“웬만하면 대면”→“활자 간결하게”
최근 서점가에 나와 있는 의사소통 관련 자기계발서들.
왜 지금 의사소통을 공부할까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신씨처럼 자신의 직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인관계에서 호감을 얻고 설득이나 제안, 요청 같은 업무에서 타인의 협력을 끌어내고자 스스로 비용을 쓰는 것이다. 과거엔 발표력 향상 같은 스피치 기술을 연마했다면, 요즘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좋은 화법, 대인관계가 원만해지는 의사소통법을 갈고닦는다. 주로 많은 이들과 소통이 필요한 업무를 하는 사회인들이 이런 서비스를 찾는다. 이고운 스피치 컨설턴트는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너’라는 직업명이 나올 정도로 수요가 많다. 옛날엔 기업 임원분들 대상으로 이런 컨설팅을 했지만 요즘은 외국생활 오래 하신 분, 아이돌 가수,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의사소통 욕구를 가진 고객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한 스터디룸에서 이고운 스피치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하고 있다.
직접 커뮤니케이션 코칭 받아보니 “기자님, 회사에서 ‘내일까지 처리해줘’ 하면 언제까지일까요?”(전문가) “내일요? 음….”(기자) “몇 시까지냐고 되물어야 해요.”(전문가) 지난 29일 기자는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업체를 방문해 평소 말하기 습관에 대해 상담을 받아봤다. 김혜령 브랜드어셈블 대표는 여러 진단을 통해 기자의 화법에 대해 개선할 방향을 조언해줬다. 김 대표는 기자가 작성한 자가진단표를 보고 ‘카페라테형’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따라 네가지 말하기 유형으로 나눈 이 진단표는 직설적이고 성격이 급한 ‘에스프레소형’, 사교적이고 대화를 주도하는 ‘카페모카형’, 경청과 공감을 잘하는 ‘카페라테형’, 논리와 정확성을 추구하는 ‘아메리카노형’이 있다고 했다. 즉, 사람에 따라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첩한 행동을 기대하는 ‘에스프레소형’ 상사와 과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카페라테형’ 부하직원 사이에선 ‘내일까지’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를 수 있다. 상사는 내일 아침 9시 출근했을 때 보고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은 ‘내일 퇴근 전까지 하면 되겠지’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의사소통은 숫자로, 간결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혜령 대표는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말하기 유형마다 장단점이 다 있다. 사람에 따라 스피치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대인관계가 좀 더 원만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김혜령 브랜드어셈블 대표에게 기자가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받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직장의 언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면 직장의 언어도 변한다. 최근 나온 자기계발서들은 10년 전 책과 판이하게 다른 조언을 한다. 2011년에 나온 책 <회사어로 말하라>(비즈니스북스)는 “회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일단, 무조건, 긍정으로 말하라”며 “부당한 명령이라는 것을 알아도 긍정어로 말하라. 속으로 억울하고 화가 나도 ‘네!’라고 답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혜롭게 거절 잘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서점가에 <죄책감 없이 거절하는 용기>(2016), <거절 잘 하는 법>(2018),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2019) 등이 나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친 2020년엔 “부디 회사에서는 말로 대화하라. 문자는 전달 과정에서 왜곡되기 쉽다”고 조언한 9년 전 자기계발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성인의 절반 가까이는 갑작스러운 전화를 꺼리는 ‘콜 포비아’를 겪으며, ‘메신저 등 비대면 의사소통이 익숙하다’는 설문조사도 있다.(잡코리아, 2019) 이제 의사소통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메신저로 정확히 의사소통하는 법을 가이드하고 있다. 책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의 저자 박소연 작가는 “비대면 의사소통은 활자 그 자체만으로 명확하게 소통해야 한다. 메신저를 사용할 땐 막연한 생각이나 느낌 대신 정보를 중심으로 단순하게 보내야 하고, 받는 이가 몇 분 뒤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의 메시지에 핵심과 결론을 넣어 완결형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August 01, 2020 at 07:2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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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의사소통은 왜 늘 엇나갈까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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