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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사각 놓인 ‘방문 노동자들’
확진자 접촉 고객이 방문 요청
회사 알려도 후속 조처 없어
대비책 요구엔 ‘알아서 하라’는 식
마스크·장갑 등 방역물품도 부족
“정부, 구체 지침 서둘러 마련해야”
아파트 벽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에어컨 실외기. 한겨레 자료사진
정수기 점검 업무를 하는 박아무개(56)씨는 지난 3월 방문한 집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필터 교체를 요청한 고객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곧바로 회사 팀장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지만 후속조처는 없었다. 결국 박씨는 급여를 포기하고 스스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박씨는 9일 <한겨레>에 “이후에도 회사 지침은 바뀐 게 없다.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는데 고객을 방문할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준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비대면 업무가 권장되고 있지만 대면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는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은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집마다 방문하는 일의 특성상 감염 전파의 위험이 높은 만큼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정수기 관리업체는 코로나19 확산 뒤 노동자들에게 지침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방문 시 마스크 및 장갑 착용”, “고객과 맨손 접촉 금지” 등 기초적인 지침에 그친다. 정수기 업체에서 일하는 김순옥(49)씨는 “구체적인 대비책을 알려달라고 회사에 요청해도 ‘알아서 슬기롭게 대처하라’는 식이다. 확산이 심각해질 경우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의 조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객과 노동자 모두 방역수칙을 지켜야만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고객에겐 마땅한 안내가 나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자가격리 중인 이의 집을 방문해 위험한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가전제품 점검 업무를 하는 고수진(49)씨는 “고객에게도 ‘자가격리 중이거나 증상이 나타나면 점검을 연기하라’고 안내를 보내면 서로 안심하고 일할 텐데 노동자에게만 방역수칙을 지키라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노동자도 “고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먼저 알려야지,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노동자들에게 감염 불안을 이유로 ‘갑질’을 하는 고객마저 있다. 김순옥씨는 “지난달 고객 집에 방문했는데 현관문을 잡았다고 소리를 지르고 몸에 소독약을 뿌렸다. 병균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마스크와 장갑 등 방역물품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에어컨 등 가전제품 점검 업무를 하는 김정원(55)씨는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니 마스크 같은 건 회사가 줘야 하지 않겠냐”며 “회사에서 마스크를 매달 20장씩 주지만 주말에도 일하는데다 땀에 젖어 교체하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사서 쓰는 것도 갈수록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황수진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미조직사업부장은 “업무 특성상 감염과 확산 위험이 큰데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 없이 회사의 자율적인 조치에 맡겨진 실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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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0,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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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점검 갔는데 자가격리 집” “고객이 마스크 안쓰고 있어 불안”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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